
오래된 물건, 그냥 버리긴 아깝잖아요?

솔직히 이거, 저만 그런 거 아니죠? 멀쩡한데도 왠지 새것으로 바꿔야 할 것 같고, 그러다 보면 어느새 서랍 속 깊숙한 곳으로 사라지는 물건들. 그러고선 몇 년 뒤에 '이거 어디 갔지?' 하면서 뒤늦게 찾고는. 그래서 오늘은 제 서랍 속에서 아직도 살아 숨 쉬고 있는, 그런 녀석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. 옆집 철수 씨네도 보니까 10년 넘은 냄비에 김치찌개를 끓이시던데, 사실 저는 그런 거 잘 못하거든요. 뭔가 새것에 대한 로망이랄까. 그래서 이런 물건들은 사실 좀 미련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.
햇빛 알레르기 있는 노트북, 그래도 못 보내요

제 노트북 이야기부터 해볼까요. 얘는 벌써 8년은 족히 넘었어요. 처음 살 때만 해도 최신형이었는데, 지금은 뭐… 켜는 데만 한참 걸리고, 화면도 좀 누리끼리한 느낌이 없잖아 있어요. 사실 산 지 3년쯤 됐을 때부터 삐걱대기 시작했거든요. 부품 바꾸고, 포맷도 몇 번이나 하고. 그럴 때마다 '이번이 마지막이겠구나' 싶었는데, 묘하게도 아직도 제 곁을 지키고 있어요.
이게 웃긴 게, 밖에 들고나가면 햇빛에 약해서 화면이 잘 안 보여요. 그래서 창가 자리도 피하게 되고.
친구들은 '아니, 그런 걸 아직도 쓰냐'면서 신기해하더라고요. 저도 뭐, 최신 노트북 사서 쌩쌩한 거 쓰고 싶을 때가 당연히 있죠. 근데 얘로 밤새 과제했던 기억, 처음으로 블로그에 글 올렸을 때의 두근거림, 이런 게 다 얘랑 같이 쌓인 거잖아요.
그래서 새 노트북을 봐도 '아, 얘는 좀 다르지' 하고 넘어가게 되더라고요.
버릴까 말까,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낡은 책들

특히 책들은 더 그래요. 어떤 책은 손때가 꼬질꼬질하게 묻어서 페이지도 울퉁불퉁하고, 어떤 책은 모서리가 다 닳아서 만질 때마다 까슬까슬한 느낌이 들어요. 어떤 책은 예전에 읽고 밑줄 쫙쫙 긋다가 펜 자국이 얼룩덜룩 남기도 했고요. 솔직히 요즘엔 전자책도 잘 나오고, 도서관도 있고, 빌려 볼 곳은 많잖아요. 근데 이 낡은 책들은 버리기가 너무 아까운 거예요.
예전에 친한 동생이 저한테 "언니, 그렇게 낡은 책들은 그냥 중고로 팔거나 버리고 새 책으로 채워두는 게 공간도 효율적이고 보기에도 좋지 않아요?"라고 하더라고요. 그 말도 일리는 있었어요.

저도 사실 책장에 빽빽하게 새 책이 꽂혀 있는 걸 보면 좀 흐뭇하긴 하거든요. 근데 제가 그 동생한테 그랬죠. "네가 10년 후에, 그때 읽었던 이 책에서 밑줄 쳐진 문장을 딱 보고 그때의 내 기분이랑 비슷한 거 느낄 수 있을 것 같아?"라고요.
아마 아닐 걸요. 그래서 그냥 곁에 두고 있어요.
새것과 헌것, 나만의 기준이 생긴다는 것

사실 저도 처음에는 무조건 새것이 좋은 줄 알았어요. 뭔가 깔끔하고, 성능도 좋고. 근데 살다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고요. 물론 성능이 떨어지면 바꾸긴 해야 하죠. 근데 아직 쓸 만한데도, 단지 '낡았다'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것들이 안타까웠어요.
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. 물건을 바꿀까 말까 고민될 때, 이 물건이 아직 내 삶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?

그리고 이 물건과 함께 했던 시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?
이 두 가지를 먼저 따져보는 거죠. 제 노트북처럼, 아직도 제 작업을 도와주고 있고, 또 그 과정에서 많은 추억이 깃들어 있다면, 저는 조금 더 데리고 가고 싶더라고요.
반대로, 아무리 비싸게 주고 샀어도 방치되어 먼지만 쌓이고 있다면, 과감히 정리하는 게 맞는 것 같고요.

그래도… 결국은 ‘새것’에게 마음이 갈 때도 있어요

물론, 이런 제 마음과는 별개로 가끔은 '아, 이건 정말 바꿔야겠다' 싶을 때도 있어요. 예를 들면, 얼마 전에 쓰던 믹서기가 갑자기 멈춘 거예요. 죽도 만들려고 했는데. 그럴 땐 진짜 난감하더라고요. 그래서 결국 새 믹서기를 샀죠. 그럴 땐 정말 성능 좋고 새것이라서 너무 좋았어요.
이런 걸 보면, 제 기준이 딱 정해진 건 아닌 것 같아요. 상황에 따라, 또 물건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거죠.
그래도 예전처럼 무조건 새것만 좇지는 않게 된 것 같아요.
오래된 물건을 보면서 '아, 이걸 내가 언제 샀었지? 그때 정말 열심히 썼었지' 하고 옛날 생각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 소소한 재미거든요.
그래서, 제 서랍은 오늘도…

결국, 제 서랍 속 오래된 물건들은 당분간 제 곁을 지킬 것 같아요.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요. 이 물건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시간들이, 제 삶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껴지니까요.